[이어도 문화] 제주 사람은 제주어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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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문화 시간에는 '제주어'에 대해 다루어 볼까 합니다.
소개해 드릴 교재는 제주학연구센터에서 2020년에 발간한 <제주어 길라잡이>입니다.
본문 중 쉬운 부분은 그대로, 어렵고 긴 부분은 쉽게 풀어서 좀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濟州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濟州 바다를 알 수 없다.
누이야, 바람 부는 날 바다로 나가서 5월 보리 이랑
일렁이는 바다를 보라. 텀벙텀벙
너와 나의 알몸뚱이 幼年이 헤엄치는
바다를 보라, 겨울날
초가지붕을 넘어 하늬바람 속 까옥까옥
까마귀 등을 타고 濟州의
겨울을 빚는 파도 소리를 보라.
파도 소리가 열어 놓는 하늘 밖의 하늘을 보라, 누이야.
문충성(1938~2018) 《제주바다》(문학과지성사, 1978:36~37)
문충성(1938~2018) 시인의 대표작 <제주바다·1>의 3연이다. 그는 《제주바다》(1978)를 비롯하여 《자청비》(1980), 《설문대할망》 (1983), 《그때 제주 바람》(2003) 등의 시집을 통하여 제주도의 토 속적인 정서를 노래한다. 전달의 효과를 위하여 제주어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의 시 <제주바다·1> 가운데 유독 관심을 끄는 시구는 “濟州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濟州 바다를 알 수 없다.”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진짜 제주 바다’를 알려면 ‘제주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제주 사람’의 징표는 무엇일까. 무엇으로 제주 사람임을 구분해 낼 것인가.
제주어의 정의
제주국제공항에라도 나가 출구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보라. 굴이나 머리 모양, 입고 있는 옷, 손에 들고 있는 물건으로 제주 사람임을 알 수 있을까. 모두 엇비슷하여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서도 제주어로 말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주어로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제주 사람이다. 바꿔 말하 면 제주 사람이 쓰는 말이 곧 제주어다. 정의하면 (1)과 같다.
(1) 제주어 정의: 제주도에서,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나는 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 여기서 ‘제주도’라 함은 한자로 섬 도(島)를 쓴 ‘제주도’(濟州島)를 말한다. 그래야만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전라 문화권에 속하는 추자도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도’는 추자도를 제외한 제주 본섬과 우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를 포함하는 지역을 뜻한다. 제주 본섬과 그 북쪽 추자도 사이에 있는 ‘제주바당’이라는 제주 해협이 경계가 된다. ‘제주바당’ 북쪽은 전라 문화권에 속하고, 그 남쪽은 제주 문화권에 속한다.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한국 사람들의 보편적 생각이나 감정에 속한다. 그러니 제주어는 표준어에 있든 없든, 다른 지역에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제주 사람들이 예전에서부터 써오는 언어를 말한다.
(2ㄱ)의 ‘놉’과 (2ㄴ)의 ‘몽니’는 표준어이자 제주어다. 《표준국어 대사전》을 찾아보면, ‘하루하루 품삯과 음식을 받고 일하는 품팔이 일꾼’을 ‘놉’,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을 ‘몽니’ 라 하였다. ‘놉’과 ‘몽니’는 표준어이지만 제주 사람들도 예전부터 써 온 말이다. (2ㄷ)은 시집살이 노래의 한 구절로, 노랫말의 ‘성님’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함경도 등지에서도 쓰이고 있는 말이다. 이 ‘성님’은 제주 사람들도 예전부터 써 오는 말로, 이 또한 제주어다. ‘제주어’를 ‘전래적인 언어’라고 한다면 그 시기를 언제부터라고 해야 할까. 방언을 조사할 때 80대 중후반의 제보자를 선정하는 점 을 고려한다면 대충의 시기는 짐작이 될 것이다. ‘제주어’라는 용어는 일본인 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가 처음 썼다. 그의 <제주도방언>(2)(1913, 《조선급만주》69호, 58)의 일부 내용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3) 제주도에는 조선의 옛말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섬나라로 수백 년 전의 옛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다. 아직 자세하게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에도 반드시 이것이 있음에 틀림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경성어의 ‘오다’라고 하는 말은 ‘오 와’, ‘오시고’ 등이 되면서 ‘오’ 어간에 어떤 형태가 없지만 명령법이 되면 ‘오나라’처럼 ‘ㄴ’이 갑자기 삽입된다. 너무나도 이상하다. 그런 데 제주어에서는 ‘오람수다’, ‘오람서’, ‘오람저’처럼 대부분의 경우 ‘ㄹ’이 들어간다. 즉 이 ‘ㄹ’이 경성어의 ‘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주 어는 오히려 조선어의 고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한 예에 지나지 않지만 잘 조사해 보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의문이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3)의 인용에 밑줄 친 것처럼 ‘제주어’가 두 번 언급되었는데, ‘경성어’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였다. 이후 석주명은 1947년 《제주도 방언집》을 출간할 때 ‘제주어’, ‘표준어’를 제시하고 그 아래로 해당 어휘를 늘어놓고 있다. <참고문헌>에 앞에서 인용한 오구라 신페이의 논문이 언급된 것을 보면 석주명의 ‘제주어’ 라는 명칭 사용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주도는 1995년 제주대학교 박물관[참여자: 현평효 김종철 김영돈 강영봉 고광민 오창명]에 의뢰하여 《제주어사전》을 발간한 바 있는데, 이후 ‘제주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제주어와 표준어를 함께 실은 석주명 박사의 <제주어 방언집>, 사진: 서귀포신문]
제주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제주어’라고 한다면 ‘제주방언’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주어’나 ‘제주방언’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한국의 방언 구획은 대체로 여섯 개 대방언권으로 나눈다. 동남방언, 동북방언, 서남방언, 서북방언, 중부방언, 제주방언이 그것이다.
(4) ㄱ. 동남방언: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ㄴ. 동북방언: 함경남도의 영흥 이남 지역을 제외한, 함남 정평 이북의 함경도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ㄷ. 서남방언: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ㄹ. 서북방언: 평안남북도 전역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ㅁ. 중부방언: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충청남북도, 황해도 재령 이남, 함남 영흥 이남 및 강원도 지역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ㅂ. 제주방언: 제주도 지역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4)는 여섯 개 대방언권 명칭과 그에 따른 지역을 제시한 것이다. 동남방언은 경상도, 동북방언은 함경도, 서남방언은 전라도, 서북방언은 평안도, 중부방언은 서울·경기도·충청도·강원도·황해도, 제주방언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방언임을 알 수 있다. 이때 방언권에 따라 ‘동남방언, 동북방언, 서남방언, 서북방언, 중부방언, 제주방언’을 열거할 때 ‘제주방언’ 대신에 ‘제주어’로 바꾸어 ‘동남방언, 동북방언, 서남방언, 서북방언, 중부방언, 제주어’라고 제시할 수 는 없다. 그러나 제주방언을 달리 ‘제주어’, ‘제주 지역어’, ‘제주말’, ‘제줏말’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5) ㄱ. 제주방언: 제주도 지역에서 쓰이는, 국어 대방언권의 하나.
ㄴ. 제주어: 제주도에서 제주 사람들이 쓰는, 전래적인 언어.
ㄷ. 제주 지역어: 제주 지역에서 쓰는 언어.
ㄹ. 제주말·제줏말: 제주 사람들이 쓰는 말.
‘제주방언’은 방언학 또는 국어학에서 전통적으로 써 오는 명칭이 다. ‘제주어’라는 용어 사용은 일본인 학자 오구라 신페이로부터 시작해서 석주명, 제주도(1995)의 《제주어사전》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 등에서 볼 수 있다. ‘제주 지역어’는 국립국어원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추진한 <지역어 조사 사업>, ‘제주말’은 송상조(2007)의 《제주말큰사전》, ‘제줏말’은 제주학연구센터(2015)가 펴낸 《제줏말의 이해》를 그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런 일들을 고려하면, ‘제주방언, 제주어, 제주 지역어, 제주말, 제줏말’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제주말 큰사전, 사진: Yes24]
지역 방언으로서의 제주어
지역 방언으로 분류되는 제주어는 세 차례의 주요 조사가 있었으며, 이들은 각각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국어원, 그리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에 의해 수행되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조사는 1983년과 1992년, 1994년에 걸쳐 남제주군, 북제주군, 성산읍 신양리,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에서 진행되었으며, 음운, 문법, 어휘 분야를 중점적으로 조사하였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는 일곱 마을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한 마을씩 수행되었고, 조사 결과는 9권의 보고서로 발간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도 전역의 36개 마을에서 수행되었으며, 어휘와 자연발화 부문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이러한 제주어 조사는 어휘 부분과 함께 10시간 분량의 자연발화를 전사하였으며, 이 자료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표준어 대역 작업을 거쳐 36권의 자료집으로 발간되었다.
제주어에 대한 선인들의 평가
‘제주어’에 대한 옛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했을까.
(1) 지방 말이 어렵다 ○촌백성의 말은 어렵고, 앞이 높고 뒤가 낮다.(《동국여지승람》, 1481, 38권, <제주 풍속>) (1)은 제주어에 대한 맨 처음 평가다. 제주도에서 제주 사람들이 쓰는 말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도 제주어가 어렵다고 하는 것처럼 540년 전에도 제주어가 어려웠던 것이다. 《동국여지승람》(1481) 가운데 언어에 대한 유일한 언급이고 보면 제주어가 540년 전부터도 특이한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2) 지방 말이 간삽하다. 촌백성의 말이 간삽하고, 앞이 높고 뒤가 낮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가늘고 높은 게 바늘과 같고, 또한 많은 말은 알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주기에는 특이한 어휘가 많아 ‘서울’을 ‘서나’라 하고 ‘숲’을 ‘고지’, ‘오름’을 ‘오름’, ‘톱’ 을 ‘콥’, ‘입’을 ‘굴레’, ‘굴레’를 ‘녹대’, ‘재갈’을 ‘가달’이라 하는데 그 말 소리는 이와 같다 하였다.(이원진(李元鎭), 《탐라지》, 1653. <풍속>)
(2)는 제주 목사를 지낸 이원진의 《탐라지》 ‘풍속’ 중 언어에 대한 내용이다. ‘제주어는 어렵다’는 《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인용하고 구체적인 어휘 7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녹대, 가달’이라는 몽골 차용어까지 예로 들어서 제주어가 어렵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제주어가 어려워진 이유
언어는 유기체처럼 신생, 성장, 사멸의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이 변화를 '개신'이라고 한다. 언어의 변화는 파문처럼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나, 나무토막이나 퇴적층 같은 장애물에 의해 번짐이 가로막힐 수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새로운 'ㄱ'은 대관령의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그 서쪽 지역에서만 사용되며, 동쪽 지역에서는 구 언어인 '가'가 계속 사용된다. 'ㄱ'은 평야 지대를 거쳐 강진이나 마량 포구까지 확산되지만, 추자도의 강한 바람에 의해 제주도까지의 이동이 어렵게 된다. 제주해협의 거센 물살로 인해 추자도 북쪽은 전라방언, 남쪽은 제주방언으로 구분되어 제주어는 '바람과 물결에 의해 분리된 언어'가 된다. 이러한 언어의 지리적 분포는 자연 환경과 지형적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이는 언어 변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주어' 퀴즈, 사진: Youtube]
제주어의 특징
제주어는 모음 체계가 3:3:3으로 안정되어 있으나, '아래아'를 발음하지 못하는 젊은층에서는 3:3:2 구조로 변화하고 있으며, '쌍아래아'가 어두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음운 변화에서는 'ㅎ' 첨가 현상이 두드러지며, 'ㅇ'으로 끝나는 단어가 많고, 'ㅇ' 계통의 접미사 사용이 흔하다. 제주어에서는 'ㄷ, ㅌ'이 'ㅣ' 모음 앞에서 'ㅈ, ㅊ'으로 변하는 구개음화 현상이 발음뿐만 아니라 표기에도 적용된다. 문법적으로는 '갚다, 꺾다, 깊다' 등의 어간 변화와 'ㅅ' 불규칙 용언의 부재, 다양한 격 조사 및 보조사 사용이 특징적이다. 종결 어미와 의문형 어미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며, 관형사형 어미 '는'은 동사와 형용사 모두에 연결되는 등 고유한 형태를 가진다. 제주어 어휘는 특이한 접두사 및 접미사 사용, 몽골어 차용어의 다수 존재, 한자어 사용 및 동음어 관계로 인한 오해 가능성이 특징적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제주어 단어'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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