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제주 바다 음식, 멜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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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는 서귀포 성산포와 모슬포 바다에서 대멸치 어장이 형성되며, 썰물이 되면 돌로 쌓은 원형의 담장터 안에 대멸치 무리가 갇힙니다.
지역 주민들은 손 그물로 굵고 살이 오른 멸치를 잡아내어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여 먹거나, 소금에 곰삭혀서 일 년 내내 밥반찬으로 즐겼던 것이 '멜젓'입니다.
과거에는 서귀포 지역의 해안가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여 돌로 쌓은 '갯담' 또는 '원담'의 갯담터에서 대멸치를 어획했습니다.
봄철 밀물 때에 물 반 멸치 반 정도로 떼를 이끌어내어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 어획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소금이 부족하여 국이나 말린 상태로 소비되었지만, 소금이 공급되면서 조림이나 젓갈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지에선 유명한 부산 기장 대변항 멸치젓, 사진: 조선일보]
현대에는 멸치 어획 방식이 변하여 야간에 불빛을 이용한 어법이 도입되면서, 원담에 의존한 멸치 어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재는 수산 가공업체에서는 소금에 삭혀둔 멸치를 갖은 양념을 더하여 조미된 멸치젓으로 제조하여 시장에 나와 판매되고 있습니다.
성산포에서는 멸치젓을 오래 곰삭혀 여과하여 간장 대용으로 사용되는 어간장을 만들어 상품화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멸치를 통째로 차곡차곡 소금으로 버무려 항아리에 쌓아 두고, 그 위에 소금을 덮은 후 천으로 덮어 벌레의 침입을 막아두고 뚜껑으로 덮어 그늘진 서늘한 곳에서 2~3개월 동안 발효시켜 밥반찬으로 섭취합니다.
또는 멸치를 꺼내 마늘, 풋고추, 생강 등 다양한 양념으로 버무려 먹기도 합니다.
어간장은 12개월 완전히 곰삭힌 후 액을 걸러내어 만들어지며, 간장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서귀포 지역에서는 썰물 때 멸치 무리가 원담에 빠져나가지 못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족바지'로 떠 잡았습니다.
이런 어로는 '갯담접'이라는 조직으로 조직되었으며, 멸치 떼 여부를 확인하여 멸치가 갇히면 "멜 들었다"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모아 멸치를 잡아내어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모래사장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거대한 그물을 사용하여 멸치 떼를 인공적으로 가두어 놓고 잡는 '장막어로'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로 행위를 통해 잡은 멸치는 음식으로 소비되거나 밭 거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콩잎에 멜젓을 얹은 제주식 쌈, 사진: 페이스북]
서귀포 지역에서는 육지식 잔멸치 젓갈을 담지 않고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여름에는 12cm 크기의 대멸치로 담근 '멜젓'을 생콩잎에 싸서 먹는 것이 지역의 대표적인 별미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멜젓을 이용해 국물에 데친 배추를 찍어먹기도 하며, 요즘에는 삼겹살 구이 전문점에서도 멜젓이 주로 나와 있어 멸치의 소금에 곰삭혀 먹는 식문화가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이 양념은 제주도에서는 새우젓 대신 멸치젓을 사용하여 돼지고기를 맛있게 조리하는 데 활용됩니다.
멜젓은 멸치젓의 제주도 방언으로, 멸치젓 양념을 촐래(ᄎᆞᆯ래)라고도 부릅니다.
촐래는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양념하여 조리할 때 사용되는 특유의 양념으로, 멸치젓의 풍부한 맛과 향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일부 식당에서는 '멸젖', '멜젖', '멸젓' 등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공식적인 표기법은 아닙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갈치속젓을 활용하여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시골 지역에서는 트럭이 확성기로 "멜삽서 멜(멸치 사세요 멸치. 손가락 굵기의 굵은 멸치를 멜이라고 부른다)"라고 외치며 멸치 판매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멸치 양념은 제주도의 특산물과 지역적인 풍토를 반영하여 다양한 요리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주식 '멜젓', 사진: newsfeed]
[내용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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