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2013. 12. 4> [기고] 이어도를 동아시아의 평화 기지로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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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2013. 12. 4> [기고] 이어도를 동아시아의 평화 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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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488회 작성일 13-12-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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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를 동아시아의 평화 기지로

            중국이 이어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한 것은 우리 주권을 무시한 처사다.
            이번 사태로 동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화적 해법이 필요하다.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전 제주대 총장)
              
             

            순식간에 ‘이어도’가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제주도 저 멀리 어디쯤에 있는 섬’, 심지어 ‘상상 속의 섬’ 정도로만 희미하게 인식되던 이어도의 존재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검색과 토론으로 점차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게 다 최근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지난 11월23일 새롭게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우리 국민을 공분케 만들었다. 우리 관할수역으로 알려진 이어도 해역의 상공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와 오키나와 서쪽 등 더 넓은 부분이 겹친다.

            갈등의 근원, ‘해양경계획정’ 문제

            방공식별구역이란 무엇인가? 한 국가가 영공(領空) 외곽에 임의로 설정하는 ‘공중구역’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타국 항공기가 이 구역에 들어오려면 사전에 통보를 해야 한다. 통보하지 않으면 군사 충돌까지 일어날 수 있다.

            이어도는 제주도 남쪽의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로부터 동쪽으로 287㎞ 떨어진 곳에 있다. 2003년 우리 정부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세웠다.

            중국의 선포는 즉각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 소식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가 기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어도’가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어도 해역은 아직 한국·중국 간에 해양경계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다. 바다의 경계가 그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하늘의 경계를 긋겠다고 선언한 것은 분명한 외교적 결례이자 우리의 주권을 무시한 처사다.

            결국 이번 한·중 간 방공식별구역 갈등의 밑바닥에는 그동안 해묵은 숙제처럼 남겨져 있던 해양경계획정의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역사적으로 이어진 동중국해 패권을 차지하려는 인접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자리한다.

            이어도는 동중국해와 서해의 남단이 교차하는 북위 32도07분, 동경 125도10분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남쪽의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로부터 동쪽으로 287㎞, 일본의 조도에서 276㎞ 떨어져 있다. 정상 수심 4.6m, 주변 해역 평균수심이 50m에 남북으로 1.8㎞, 동서로 1.4㎞에 이르는 타원형의 수중 암초다. 높은 파도가 칠 때가 아니면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세계 해도상 표기명은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이다.

            이어도는 그동안 제주 사람들에게 피안의 섬, 이상향이었다. 거친 바다와 힘겹게 싸우면서 살아온 제주도 사람들은 불행이 없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 이어도를 꿈꾸며 살았다. 특히 2003년 우리 정부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세움으로써 이어도 해역이 포함된 동중국해는 우리에게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 곳으로 다가왔다.

            과학기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어도 해역은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90% 이상이 지나는 남방 항로의 핵심으로 지정학적 가치가 상당하다. 여기에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본격 개발에 나설 경우 석유·가스 등 풍부한 해저자원도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어도는 수중 암초이기에 독도처럼 ‘영토’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대상은 아니다. 대신 한국과 중국이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주장할 경우 이어도 해역은 서로 겹치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해역의 중간에 경계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어도는 한국 쪽 EEZ에 속한다. 중국 서산다오보다 마라도가 138㎞가량 이어도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1969년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

            이에 한국은 해양 경계를 ‘중간선 원칙’으로 획정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형평의 원칙’과 ‘자연적 육지연장이론’을 내세운다. 중국은 인구와 해안선의 길이가 한국보다 커서 EEZ도 그만큼 커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을 주장한다. 또한 한국의 서해나 동중국해가 모두 중국 대륙에서 뻗어나온 대륙붕 위에 있다는 이른바 ‘자연적 육지연장이론’을 내세워 이어도의 관할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직접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지만 일본 역시 오래전부터 동중국해의 ‘주인’이 되기 위한 야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초기 모델은 일찌감치 일본이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도 들어갔다.

            일본이 중·일전쟁 기간인 1937년 소코트라 록에 인공섬을 건립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일본은 대륙 진출을 위해서는 해저 케이블을 통한 유선통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통신성은 국영회사인 일본전신전화공사로 하여금 중국 상하이까지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일본전신전화공사는 나가사키-제주도-이어도(소코트라 록)-상하이를 연결하는 920㎞의 해저 케이블 수립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해저 전선의 중계기지 설치 계획도 만들었다. 기지가 세워질 곳은 현재 논란이 된 이어도, 즉 소코트라 록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물자 부족으로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만약 일본이 계획을 현실화했다면, 지금 우리는 독도 뿐 아니라 이어도를 놓고도 일본과 갈등을 벌여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은 1969년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상공을 편입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일본에 대해 재협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의 강대국들은 동아시아 대륙 및 광활한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늘 동중국해를 탐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그랬고, 지금 중국이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동중국해는 늘 긴장과 대립의 파고 속에 놓여 있었다.

            이번 방공식별구역 사태는 동중국해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단초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과거처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면 곤란하다. 각국이 민족주의를 앞세워 비이성적인 감정싸움을 벌이는 장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긍정적 방향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해양경계획정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놓인 난제들을 풀어가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방법론은 국가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도 만들어야 한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중심으로 동중국해를 동아시아 민간 연구진들과 NGO 등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장으로 승화시키면 어떨까. 오히려 이번 갈등이 동중국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킬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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