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8. 5. 2>, '패싱'에 심기 불편…중국군 카디즈 침범 잦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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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은 한반도의 신(新) 국면에서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중국 소외)을 우려한 중국군의 의도적 비행이자 한반도 신호정보(SIGINT) 수집 차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공군의 주력 정찰기 Y-9JB |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윤석준 객원연구위원은 2일 연구원 소식지 ‘뉴스레터’를 통해 “최근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침범은 중국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을 우려해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한 사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한 신호정보 수집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로 동·남중국해와 대만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활동에 주력했던 중국군이 앞으로는 한반도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에 큰 비중을 둘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군의 카디즈 침범이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군의 정찰 범위가 한반도 주변 해역과 공중으로 확대돼 한국군에 대한 노골적인 신호정보 수집활동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 군용기 1대가 지난달 28일 이어도 사이 카디즈를 침범한 뒤 강릉 동쪽 74㎞까지 근접해 우리 공군이 전투기 긴급발진한 바 있다. 윤 위원은 “지난해 12월20일 중국 공군은 대만 주변 상공을 한 바퀴 도는 과감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는 대만군의 대공 방어체계 작동을 유도해 각종 장비와 무기체계에서 발신되는 신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카디즈 침입 시 우리 공군이 대응 출격하는 과정에서 송출되는 신호 또한 중국군의 수집 대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자위대 전력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도 중국군의 동해 정찰 활동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사실 중국군이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이 한·미·일 연합훈련으로 확대·재편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2월 27일과 지난달 28일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동해상으로 북상한 중국군 정찰기의 카디즈 침범은 한·미 연합훈련에 맞춰 움직이는 일본자위대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
중국군의 신호정보 수집활동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은 “과거에는 한·미 군사훈련에 맞춰 신호정보 수집활동에 나섰다면 이제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사훈련 이전에 신호정보 수집활동을 펼쳐 유사시 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한 전자전(EW: 적의 지휘·통제·통신 및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키고, 적의 전자전 활동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제반 군사활동)에 적용하려는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훈련 일정 및 내용을 미리 꿰뚫어본 뒤 여차하면 방해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군 신호정보 수집 자산은 공중 정찰기로 주력은 1998년부터 작전 배치된 러시아 투폴레프(Tupolev)사의 Tu-154와 2000년대 초반부터 작전배치된 Y-8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동해 정찰에 나선 정찰기는 Y-9JB 기종으로 비교적 신형이라고 할 수 있다.
Y-9JB는 승무원 3∼4명, 항속거리 5700㎞, 비행고도 1만400m로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TEC)가 개발한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신호정보 탐지거리는 9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중국군이 신호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2001년 4월1일 발생한 미국 해군 EP-3 정찰기가 중국 공군 J-8 전투기와 공중 충돌해 중국 하이난(海南)성 링수이(陵水)비행장에 불시착했을 때다. 중국군 정보당국은 EP-3 정찰기 내부를 뜯어본 뒤 미국 해군의 신호정보 수집능력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군 정보당국은 미국과 일본 등 중국의 경쟁국이 연합군사훈련을 빙자해 중국군의 대응 군사훈련을 유도한 뒤 EP-3 정찰기를 투입해 신호정보 수집하고는 중국군 무기체계에 역대응하는 장비와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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