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3일자> 리커창 “해상경계 담판”… 中 해양굴기, 이어도 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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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해상경계 담판”… 中 해양굴기, 이어도 넘보나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중 해상 경계선을 하루 빨리 정하자고 공식 제기했다. 이어도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한중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는 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리 총리가 전날 박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한중 해역 경계 획정 담판(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총리로는 5년만에 방중한 리 총리는 이날 모두 네 가지를 제안했고, 이중 첫 번째로 한중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사안을 언급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한중 정상 회담 소식을 전하며 이 부분을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양국 정상회담 발표에선 이 대목이 공개되지 않았다.
리 총리의 언급은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며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200해리(약 370㎞) EEZ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1996년부터 국장급 회담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특히 한중 EEZ 중첩 구역 안엔 이어도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EEZ 경계는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고, 중국은 육지와 연결된 해저의 구조와 전체 해안선 길이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도는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서 149㎞ 떨어진 반면, 중국의 서산다오(蛇山島)에서는 287㎞ 떨어져 있다. 다만 양국은 이어도가 영토 주권을 주장할 수 없는 암초란 점에서 독도 같은 영유권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중 해상 경계선이 분명해 질 경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해양대국으로 우뚝 서기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면서 우리의 서해와 남해까지 넘보는 것 아니냔 우려도 없잖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11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며 이어도 북쪽과 제주도 서쪽 상공까지 포함시켰다. 중국이 이어도 부근에 정찰기를 보낸 횟수는 2009년 7회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38회로 크게 늘었다. 중국은 한국이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한 것과 관련, “한국의 일방적 조치에 반대한다”며 “이는 어떠한 법률적 효과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 산호초 섬을 메워 인공 섬을 조성, 활주로와 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미 군함이 인공 섬 12해리 안으로 진입하자 군함 2척을 출동시켜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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