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3. 1. 21일> [기고] 해수부 재출범과 남방정책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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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13. 1. 21일> [기고] 해수부 재출범과 남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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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92회 작성일 13-01-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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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해수부 재출범과 남방정책

                                                / 주강현 (이어도연구회,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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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시 해양수산부(해수부)가 필요한가. 우린 삼면이 바다이고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러면서도 바다를 무시해 온 역사와 문화관이 좀체 바뀌지 않는다. 그러기에 해수부는 그걸 일깨우는 강력 처방법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자 엠비 정부는 거침없이 칼질을 했다. 여러 미사여구에도 해수부 해체는 결국 공룡부서 만들기 그 이상은 아니었다. 뒤늦게 감사원마저 4대강 부실을 시인한 것은 국토해양부 아래서 해양이 미래적 비전을 몰수당하고 국가적 삽질에나 동원되었다는 비극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말 ‘잃어버린 5년’이었다.

            해수부 부활은 여야 가릴 것 없는 합의였다. 이 문제만큼 초당적으로 합의된 공약도 드물다. 제1항도인 부산은 부활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따라서 해체·부활 과정에서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타 도시 유치 운운함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해수부 청사의 지역 유치는 소탐대실이다. 지금은 해양 통합정책의 원대한 꿈을 바탕으로 잃어버린 5년을 복원시켜내고 미래 비전을 모색할 때이지 중앙부처를 부산·목포·인천 식으로 갈라놓을 때가 아니다. 해양강국을 위한 해수부 부활의 본디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이번 부활을 맞아 해양과 수산의 실질적이고 온전한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수산은 어민과 어촌에 기반하지만 총량에서 항만, 물류 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수산의 소외 의식은 해수부가 해체될 때 하나의 내적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농업이 경제적 총량은 작지만 엄청나게 중요하듯이 수산도 같다. 더군다나 수산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거의 형해화되어 심각한 지경이다.

            해양 수산의 틀만으로는 부활의 의미가 반감된다. 해운과 조선은 일심동체임에도 조선은 오랜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분리돼 있었다. 해운 물류와 조선 플랜트의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내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와 해양의 결합도 필수불가결이다. 육상 중심의 기후로 글로벌 지구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까? 기후는 해양생태계의 변화에 좌우된다. 해수부가 기후까지를 포괄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하드웨어에 종속되어 해양문화 같은 소프트웨어를 무시하거나 경시해온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가령 엠비 정부에서 통합된 해양재단은 지난 13년간 존속해온 <해양과 문화> 같은 유수의 잡지를 느닷없이 폐간해 버렸다. 우리 의식 속에는 알게 모르게 독도나 이어도를 모두 영토·땅의 개념으로 본다. 이를 더 크고 넓은 바다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국민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

            공교롭게도 엠비 정부가 해수부를 해체한 지난 5년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해양이다. 한·중·일, 미국, 동남아를 포함한 해양 갈등은 물론이고, 천안함·백령도·강정해군기지 등이 모두 바다의 문제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상징되는 북방정책은 통일정책과 맞물려 반도로서 대륙을 이어주는 정체성의 회복에 기여했다. 그러나 북방정책과 동북아 중심 사고의 비전 속에는 해양적 관점이 결여돼 있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공유하는 해륙국가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분단된 남한은 ‘섬’이다. 섬으로서의 대한민국이 놓쳤던 해양국가의 비전을 세우는 남방정책 또한 필요하다. 해수부 부활이 그 남방정책의 본격화를 위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여기서 남방은 남쪽을 뜻하는 게 아니다. 북극과 남극의 극지, 적도, 그리고 대양을 포괄하는 남방이다. 해양 전반에 깊은 식견을 지닌 인물이 해수부를 이끌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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