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코리아(2012.10.30)중국통 공무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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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막연히 알고 있던 중국에 대한 지식은 무지에 가까웠다.”
“변화된 중국 모습에 감탄했다. 향후에는 오히려 중국이 선도국으로서 우리가 추격하는 입장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협적인 국가로, 치밀한 대중국 전략 수립이 시급함을 인지했다.” 이상은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가트렌드 중국’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남긴 교육소감이다.
한 국가를 탐구하는 전문교육과정이 운영된 것은 중앙공무원교육원 64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올 해 두 번에 걸쳐 운영된 중국과정은 교육 신청자를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과정이 되면서 공무원교육에서도 중국 붐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계획경제체제하에서 그저 만리장성과 자금성, 13억 명의 인구와 960만 Km2 면적의 대국으로만 알려졌던 중국이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잠을 깬지 불과 30여년 만에 지구촌의 강자로 부상했다. 외환보유액(2006년), 수출액(2009년), 자동차 생산량(2009년)은 이미 오래 전 세계 1위가 되었다. 201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와 슈퍼컴을 개발하였고, 스텔스 전투기와 고속정을 만들어 냈다. 또한 2012년에는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도킹을 성공하면서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우주항공국임을 과시하였다.
90년대 중반 세계은행은 2030년이 되어야 중국의 GDP가 미국 다음의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실제로 2010년에 세계 2대 경제대국이 되어 그 시기를 20년이나 앞당겨 놓으면서 세계은행의 예측력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세계 인구의 20%가 글로벌 경제에 동참하면서 차이나 파워가 생겼고, 중국은 세계경제의 해답을 주는 국가로 까지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먼저, 중국은 2007년부터 한국 총무역액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수출면에서는 홍콩을 경유하여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을 감안할 경우 대중국 수출비중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둘째, 중국은 최근 10년 동안 2,43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만들어준 최대 효자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금년 1~9월 동안 대중국 교역액이 전년 동기대비 4.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무역수지흑자는 372억 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수지흑자 188억 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셋째, 중국은 작년말 누계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해외투자액의 39%가 진출한 국가였다. 비록 작년부터 그 비중이 다소 하락하여 금년 상반기에는 23%까지 낮아졌으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기업들이 선호하는 최대 해외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은 경제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장된 경제력과 축적된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동북아의 외교안보 질서에서 미국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고구려 역사의 해석과 이어도 문제, 친북한적 입장 등에 따른 한중 양국간의 갈등과 마찰은 해가 갈수록 빈번하고 강도를 더 해 가고 있다. 장래 한국경제의 발전과 한반도 안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으로서의 기회를 활용하고 경쟁상대라는 위협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총체적 대중국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전략이란 싸움(戰)을 다스린다(略)는 의미를 갖는다. 제갈공명을 전략가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싸움을 다스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싸움을 다스리는 전략가는 나와 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면서 전장에서의 환경변화가 자기에게 기회인지 아니면 위기인지를 판단하여 대비책을 강구하기 때문에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략가는 끊임없는 학습과 탐구, 그리고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을 대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국가정책을 주도하는 공무원들이 중국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의 “메가트렌드 중국” 과정도 이러한 취지하에서 만들어졌다. 시기적으로는 민간부문의 중국학습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중국을 알고자 하는 공무원사회의 학습열을 감안하면 지금이나마 이런 과정이 생겼다는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었다. 먼저, 중국의 전반적 국가개황과 경제발전의 위상을 짚어 보면서 이 나라를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이끈 동력과 경쟁력은 무엇이며 향후 어떤 발전궤도를 그릴 것인지? 둘째, 중국의 대한반도 외교정책과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셋째, 중국문화와 중국인의 특성은 어떠한지? 그리고 중국을 활용하고 대비하는 국가정책의 방향과 공무원의 자세는 어떻게 세워야 할지?
수료 후 교육생들은 본 과정을 5일 과정으로 확대하여 역사, 조선족 문제, 기업진출 사례, 현지 주재원의 경험담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편성해 달라는 건의를 하면서 3일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이같은 공무원들의 중국을 배우고자하는 학습열기에 비해 실제 공무원들이 “중국”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회는 많지 않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의 ‘메가트렌드 중국’과정과 지방행정연수원의 ‘중국바로알기’과정이 각각 40명 규모로 연 2회씩 운영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 교육훈련과가 1년에 한 차례씩 운영하는 20명 규모의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연수 프로그램이 있을 뿐이다. 이들 과정을 다 합쳐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공무원 수는 1년에 200명을 넘지 않는다. 중국 붐과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교육기회는 실로 많지는 않다.
다음달 8일 중국에서는 시진핑 당총서기 등 5세대 지도자들을 선출하고 향후 5년 국정방향을 결정하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18대)가 열린다. 그러나 새롭게 들어서는 시진핑 정부는 적지 않은 정치경제적 현안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적으로는 7%대로 떨어진 성장률과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 대외적으로는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규와 헤게모니 갈등 등이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이 현안들의 해결 여부는 곧 바로 세계경제는 물론 대중의존도가 커진 한국의 정치외교 및 경제 분야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년부터 협상이 진행되는 한중 FTA 역시 두 나라 경제관계의 확대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의 위기대처와 발전전략, 그리고 한중관계의 발전 추이를 주시하면서 대중국 전략을 짜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이 중국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미 중국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그 횟수와 교육인원을 확대하고, 아직 중국과정이 없는 부처 소속 교육기관은 사업특성에 부합하는 중국심화과정을 개설하여, 전 부처에 걸쳐 중국통 공무원을 배출해야 한다. 공무원들 역시 중국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은 유비무환의 문제인식을 갖춘 공무원들의 자세와 역량에 좌우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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