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012. 6. 25)“눈·코·입·귀·손 오감이 만족한 여행…다시 오고 싶어요”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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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012. 6. 25)“눈·코·입·귀·손 오감이 만족한 여행…다시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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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37회 작성일 12-06-26 10:4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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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후 제주도 옛 등대 앞에서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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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리더십과정’ 열띤 참여속 제주도에서 진행
            “이어도가 섬이 아니고 가치가 이리 높다니” 참가자들 두번 놀라

            “이어도가 섬이 아니라 수중암초라는 사실에 놀랐고,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울 정도로 이렇게 가치가 높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r\n

            지난 17일 밤, 제주대학교 연수원에 모여 앉은 40여명의 일반인·대학생들은 전 제주대 총장인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의 해양정책 특강을 듣고 무릎을 쳤다. 이들은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립해양조사원과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한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r\n

            고 이사장은 이어도의 위치와 가치, 중국과의 분쟁 원인 등을 설명한 뒤 해양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1995년 정부는 이어도의 지정학적, 수산학적 가치를 인정해 이어도에 212억원을 들여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기 시작해 2003년에 완공했다. \r\n

            이번 답사에 참여한 서정임(40·한국만화박물관 큐레이터)씨는 “이곳에 오기 전엔 지인들에게 이어도가 최남단의 섬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강의를 통해 이어도는 섬이 아니란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r\n

            최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해역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사람들이 영토·영해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17일부터 2박3일 동안 제주도에서 열린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에 참여 열기가 높았다. 이번 답사는 마라도를 포함한 제주도 답사와 더불어 해양정책, 해양법, 해양과학, 제주문화를 주제로 한 특강 등의 차례로 진행됐다. \r\n

            이어도에 관한 기초 지식을 쌓은 뒤 다음날인 18일 아침 마라도로 향했다. 장맛비가 거세게 내려 답사단은 마라도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 과정을 총괄하는 주강현 제주대 석좌 교수는 “비가 오지만 바람이 약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답사단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모슬포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 마라도에서 매섭게 부는 바람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몸을 날려버릴 듯이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우산은 곧 너덜너덜해졌고, 그런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몸짓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r\n

            그런데 이런 날씨마저도 즐기는 이가 있었다. 정진국(62·미술평론가)씨는 “이런 마라도의 날씨야말로 제주도의 참모습”이라며 오히려 제때에 맞춰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마라도에서 풍경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비바람에 쫓겨 답사단은 예정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제주로 돌아오는 배에 올라탔다. 그러나 어느덧 아쉬움은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음에 날 좋을 때 꼭 마라도에 다시 오고 싶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r\n

            비에 흠뻑 젖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려해연구소 소장인 김영구 전 해양대 교수의 해양법 특강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진지했다. 특히 전세계가 영토에서 200해리 안의 바다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지정해 활발히 개발하고 있는 데 반해 한·중·일은 영토 분쟁으로 아직까지 배타적경제수역을 확정조차 짓지 못해 활용을 못한다는 지적에 모두 탄식을 내뱉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의 넓이가 한반도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에 더욱 안타까워했다. \r\n

            이어 이병걸 제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양과학 특강에서 이어도가 기후 변화나 해류 시스템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도 주변이 해류가 모이는 곳이라 수산학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이 교수의 설명에 아직도 제대로 이어도 주변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직 이어도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분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에 말년 휴가를 써서 이 과정을 신청했다는 김진우(23·인하대 해양과학과 휴학) 병장은 “나라를 지키는 행위는 모든 국민의 의무”라며 “중국과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 이어도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r\n

            마지막날 아침엔 제주대 명예교수인 송성대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이 제주문화에 관해 강연했다. 송 명예교수는 “제주엔 소작농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이혼율이 가장 높다”, “한 그릇에 밥을 놓고 먹되 부모자식간에도 금을 그어서 먹을 양을 정한다” 등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역사와 환경 등 관련된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설명했다. 특히 제주의 이혼율이 높은 점을 여성들의 강한 생활력에 따른 경제력으로 풀이하면서 육지와 달리 여자가 남자를 내쫓는다고 하자 여성 참가자들은 통쾌했는지 큰 소리로 웃었다. \r\n

            강의를 마치고 수료식을 한 뒤 편한 마음으로 제주를 둘러봤다. 특히 전날 그토록 비바람이 몰아치더니만 그 바람이 마치 이런 좋은 날씨를 선사하기 위한 제주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시야가 뻥 뚫리자 답사단은 길을 걸으며 제주의 풍경에 환성을 연발했다. \r\n

            사람들은 아시아 최초의 사람 발자국 등 대규모 화석이 있는 사계리에서 송악산일본군해안진지까지 해안을 따라 걸으며 제주가 준 선물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자칫했으면 이쪽에 발도 디디지 못할 뻔했다. 사계리는 23년 전 제주도민이 힘을 모아 미군기지 건설을 막은 곳이다. 당시 온라인 매체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관련 기사도 썼던 황평우(52·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씨는 “만약 그때 미국의 군사기지를 막지 못했다면, 사람 화석이고 뭐고 물거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r\n

            다음으로 일본 해군이 사용했던 알뜨르비행장과 구엄리 소금빌레를 방문하고 나니 어느덧 제주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답사단은 마지막으로 제주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호해변에 내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즐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이승영 교수는 “오감이 만족한 여행”이라며 “제한된 시간과 예산 범위 안에서 이보다 더 나을 순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행에서 먹을거리를 빼놓을 순 없는데, 제주에서 맛본 고등어, 갈치, 한우, 돼지고기, 성게, 자리돔, 두루치기는 참가자들을 사로잡았다. \r\n

            이번 과정은 일반적인 제주도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단순하게 보고 즐기기보다는 알고 느끼고 공감하는 과정이었다. 박종혜(33·한양대 대학원 실내디자인)씨는 “여행 중 특강을 듣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며 “다양한 연령·직업의 사람들이 함께 여행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와서 좋았다”고 밝혔다. \r\n

            주 교수는 이 과정을 마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온·오프에서 계속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 교수는 “해양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면 돌아가서 이어도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에 화답하듯 김혜영(29·동국대 행정대학원)씨는 “손 놓고 있으면 다 뺏긴다. 관심을 가지면 예산 정책과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고, 20대 대학생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홍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r\n

            이어도 연구회는 내년부터 과정을 수료한 모든 사람 가운데 15명에게 이어도에 직접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매해 11~12월 중 하루를 잡아 ‘이어도의 밤’ 행사를 열어 수료한 전 기수가 모두 모여 해양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r\n

            제주/글·사진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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