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제주섬, 이어도>이어도 시집의 작품 감상 | 편집국, 2012-07-04 오후 12:49:06 |
이어도를 찾아서
고정국
꿈과 절망 사이엔 섬 하나가 자란다지 마라도 남남서쪽 일백사십구 킬로 지점 빨간 색 부표 한 점이 깜빡깜빡 거리는
아직도 파랑도 길엔 마파람이 분다더냐 하얗게 잠을 설친 방랑자의 물이랑엔 매일 밤 비몽사몽의 불빛들이 떠돌고
난파된 꿈의 조각을 한 점 한 점 불러 모으며 가는 배야, 비오는 바다 홀로 서럽게 가는 배야 아득히 무욕의 땅에서 살아 다시 만날까
멀리 떠나보고서야 섬과 말이 통하는 사람 가리라, 너와 나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 마지막 징검돌 한 점이 낙관(落款)처럼 찍히리라.
해설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이나 탁 털어버리고 돌아갈 곳 이어도를 둔 제주사람의 행복함이 절절이 배어난다. 일부러 말 꾸미지 않아도 이어도가 제주사람의 궁극적인 본향임이 세세히 그 려졌다. 제주 사람들은 태풍에 휩쓸려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단념하지 않는 투혼이 있다. 그리운 정 을 제주어로 풀어놓아 시인의 감수성에 실린 절창이 기쁘고 유쾌하다. 그리움이 절절하면 뼈에 사무치고 가고파 몸서리치면 영혼이 먼저 육신을 앞지른다. 바닷물로 실체를 가려놓을 수 밖에 없는 이어도. 있다, 없다, 입 있는 자에게 주어진 특권처럼 막 말해버 리는 왜곡된 이어도에 대하여 시인은 마음이 아리다.
고정국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백록을 기다리며)등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제주인뉴스 편집국>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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