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12. 8. 24.)[韓·中수교 20년] "지난 50년 美國과 살았다면, 앞으로 50년 中國과 더불어 살아야"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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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2012. 8. 24.)[韓·中수교 20년] "지난 50년 美國과 살았다면, 앞으로 50년 中國과 더불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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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12-08-24 09:52

            본문

            [수교 20주년 연쇄 인터뷰] [1] 문정인 연세대 교수
            '통일도 혼란도 아니다'라는 不統不乱이 현재 對韓정책
            중국을 알고 활용하는 '共進化 정책' 추진 필요
            김영환 고문 항의는 좋지만 中이 수용할 거라는건 착각… 이젠 중국이 甲, 한국이 乙
            5000만 인구의 한국인이 13억 중국인 상대하려면 더 많은 전문가 필요해
            韓中 간 최고 변수는 北 한반도 둘러싸고 中·美 싸우지 않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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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nicon_img_caption.jpg 한국과 중국의 수교를 보도한 본지 1면(수교 다음 날인 1992년 8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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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은 한중 수교(修交)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성년을 맞은 양국 관계는 수치상으로는 '비약적 발전' 그 자체다. 수교 당시 연간 13만명이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 한 해 640만명을 넘어섰고, 교역액도 64억달러에서 2206억달러로 34배 증가했다. 그러나 정치·외교 분야에선 상황이 다르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탈북자 강제 북송,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등 갈등 요인이 산적해 있다. 본지는 한중 양국의 전문가 연쇄 인터뷰를 통해 수교 20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오늘을 짚어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난 50년은 우리가 미국 덕분에 발전해왔다면, 앞으로 50년은 중국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이젠 중국을 알고(지중·知中), 중국을 활용(용중·用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앞으로 한중(韓中)이 함께 잘사는 '공진화(共進化)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2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과 더불어 사는 한국'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명문대라고 하는 연세대에도 아직 단독 중국 연구소가 없다"며 "인구 5000만명으로 13억 중국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중국 전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간의 지난 20주년은 정치적으로 냉랭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한 정랭경열(政冷經熱)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한중 양국이 냉각기에 접어들면 경제도 어려워진다. 정치적으로는 좋지 않아도, 경제 관계는 괜찮을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만약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대해)부담을 느끼는 수준으로까지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 고문을 비롯해 중요한 국제 기준을 놓고 한중이 충돌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다.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단, 중국은 국제사회가 간섭하면서 이것저것 고치라고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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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nicon_img_caption.jpg ‘중국의 내일을 묻다’는 책을 펴내 주목받았던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50년은 중국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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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도 '김영환씨 전기 고문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하지 않는가.

            "중국에 항의할 것은 해야겠지만, 우리가 항의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발상이다. 일부 한국 사람은 우리가 미국인 줄 안다. 지금은 중국이 갑(甲)이고, 우리가 을(乙)인 상황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

            ―중국의 신(新)지도부는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나.

            "중국의 지도부는 거의 1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힘의 전이(轉移)가 이뤄진다. 특히 이번에는 후진타오 후임으로 유력한 시진핑 외에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몇 명이 되는지, 어떤 조합이 이뤄지는지 잘 봐야 한다. 만약 공청단 중심으로 상무위원회가 구성되면 시장을 중시하는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중 간 물적·인적 교류가 모두 한미(韓美) 간 교류를 넘어섰다. 한중·한미 관계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美·中)이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현 정부가 북한을 흡수 통일하려는 생각이 강하다고 본다. 또 한·미·일 공조가 강화됐는데 이런 공조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대중 외교의 역량과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이 국경을 접한 나라가 20개가 넘는다. 우리는 중국과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지만, 중국은 미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을 상대로 한 외교에 더 신경을 쓴다. 양국 간 관심의 비대칭성이 있다. 우리는 소국(小國)이란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객관적 현실을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 내재적(內在的)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 국가다. 중국과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 좋은 인력을 많이 키워야 한다. 결국 그들이 메신저 역할을 하게 하고 중국 관련 자료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에 새로 출범할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언급을 했고, 중국에 많은 방점을 찍으며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야권 지도자 대부분이 중국을 다녀왔다. 지금 후보들 공약을 보면 한미 동맹 유지하되 균형 외교를 하고 동북아에서 다자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 공통으로 나온다."

            ―지금 언급한 균형 외교는 노무현 정권 당시 '균형자론'을 말하나.

            "아니다. '중용'의 외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용은 무게중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섭섭하지 않고 좋은 친구라고 여기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관계로 가는 게 균형 외교다.한미 동맹 관계 때문에 미국에 더 가깝겠지만, 중국과도 화합·협력으로 가는 게 균형 외교다."

            ―한국과 중국에 각각 유학생 6만여명이 있다. 그런데 서로 안 좋은 감정을 갖고 떠난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비하하고,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젊은 학생들에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은 교차 문화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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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는 이어도 문제도 있고, 배타적경제수역도 아직 확정이 안 됐다.

            "우리가 이어도를 쟁점화하고 지키자고 할수록 중국 네티즌에게 노출된다. 중국의 사이버 민족주의자들이 행동에 나서면 중국 정부도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자꾸 깃발을 꽂으려고 하는데, 외교적 쟁점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한중 관계 최고의 변수는 역시 북한인가.

            "그렇다. 중국의 한반도 외교 정책 목표는 표면적으로는 불통불란(不統不亂·통일도 아니고 혼란도 아니다)이다.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북한·한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김정은 집권 후 북·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북·중 관계는 훨씬 깊고 유기적이다. 특히 군부 사이의 연계는 상당히 강하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대외연락부와 국제부 사이에 연계돼 있다. 이에 비해 현재 한국에선 당과 군 쪽 접근이 제한적이다."

            ―중국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언제까지 두둔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 대해선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계속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체제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강조하고, 내정 불간섭 정책을 유지하며 북한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통일 추진 과정에서 한중 관계는.

            "통일은 남북이 하는 것이다. 일단 중국은 무력 통일, 전쟁 통일은 반대한다. 남한 주도의 흡수형 통일도 반대한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불통불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남북이 합의 통일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다."

            문정인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과 국제안보대사를 맡아 한중(韓中) 간의 미래를 논의하는 데 관여했다. 이후 베이징대 초빙교수로 중국에 머물면서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 등 중국의 석학 20여명과 대담한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알던 중국은 없다”며 “중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중국개혁개방포럼 국제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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