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어도, 중국 해경이 또 우릴 노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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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관할하는 해양영토 활용따라 우리나라 면적 수십배 해군기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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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신천지(新天地) 개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저광물, 해양식량, 바다에너지 등과 같은 바다가 인류를 위해 감춰둔 선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각 나라들도 대륙에서 바다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해양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성장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래의 한반도는 중국-일본을 잇는 환황해권의 중심이자 러시아-중앙아시아로 뻗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결하는 경제고속도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북으론 휴전선에 가로막혀 있어 글로벌한 무한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포함한 국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최남단 이어도(離於島)를 우리의 해양영토로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바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얼마나 바다의 자원을 확보하고 개발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판단, 해양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어도는 우리의 해양진출의 관문을 여는 교두보이자 디딤돌이다. 이곳에선 한중일 해양패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일리안>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4박5일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찾았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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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는 섬(島)인데 왜 안보이죠?
‘전설의 섬’ 이어도는 평소에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도(島)’자를 쓰는 까닭에 “독도와 같은 작은 섬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어도는 수중암초로서 평상시에는 수면아래 4.6m에 숨겨져 나타나지 않다가 높은 파도가 칠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취재에서 맑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속 이어도를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취재기간 동안 평균 파고는 1~2m가량. 폭풍이 다가와 10m이상 높이의 파도가 몰아쳐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어도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공식적인 최남단’ 마라도로부터 남서쪽으로 149Km 떨어진 해역에 위치한다. 이어도의 대부분은 해저 30~40m에 있다. 주변에 수심은 약 55m정도다. 크기는 남북으로 1800m, 동서로 1400m이며, 제일 얕은 곳의 수심은 해수면 아래 4.6m다.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섬’ 이어도에 지난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중국과 일본이 군침을 흘리고 있었지만,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우리였다.
이어도 정봉으로부터 남쪽으로 700m 떨어져 수심 41m 지점에 설치된 이어도 기지는 해수면으로부터 높이 36m로 구축된 3400톤 사각형 철재구조물이다. 기지가 들어섬에 따라 수면 아래 이어도는 ‘눈에 보이는 섬’이 됐다. 이어도에 21세기 해양강국으로 가는 전초기지가 들어선 것. 전설의 섬에 첨단과학이 만나 현실의 섬이 됐다.
´해양영토 개척의 산물´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해양과학기지인 이어도기지는 1995년 착공해 순수 우리 기술로 장장 8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공됐다. 총 사업비 212억원에, 7천여명의 기술자들이 투입됐고, 2003년 6월 남해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망망대해에 우뚝 선 이어도 기지의 모습은 우리의 해양개척 정신을 말해주고 있었다. 함께 간 요원들은 기지 맨 꼭대기 휘날리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이어도 기지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온 ‘아픈 역사’를 써왔던 우리가 처음으로 새로운 해양영토를 개척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어도 기지는 종합해양과학기지로서의 역할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이곳은 해양관측 연구를 위한 실험실, 관측실은 물론, 회의실, 통신제어실 및 발전설비, 헬기 이착륙장, 등대시설, 선박계류시설, 오폐수 처리시설, 화재감지 및 진압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이어도 기지에 생산되는 관측자료들은 실시간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전송돼 해양예보, 기상예보, 어장예보, 지구환경문제, 해상교통안전, 해난재해방지 등의 연구에 활용된다. 또 태풍, 악기상 등과 관련된 연구 실험도 수행된다.
특히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40%가 통과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8~12시간 전에 미리 관측할 수 있다. 태풍의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온변화와 바람의 세기, 파도, 기압 등의 데이터는 태풍예보의 정확도를 높여주고 재해를 예방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쿠로시오 해류와 대마난류를 관측할 수 있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서태평양지역의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특성을 파악하고 예보하는데 중요한 연구자료를 생산한다.
´한발 앞선 기상예보 예측´ 수천억원 절약효과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가 구축되면서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왔던 해양-기상정보를 우리 힘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특히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1%만 높여도 수천억 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이어도 기지에서는 파도, 조석, 해류 등 바닷물의 움직임을 비롯해 수온, 염분, PH, 대기의 변화, 이산화탄소 등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최첨단 관측장비가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자료들은 무궁화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지금도 이어도 기지에는 매초마다 풍향, 풍속, 기압 등 기상자료와 파고, 수온 등 해상상태를 관측하고 무궁화 위성을 이용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는 태풍에 대한 관측과 함께 여름철 장마를 일으키는 장마전선의 이동, 대기 중 방사능 농도, 대기와 해양의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 관측 등 정밀한 관측장비를 이용해 육지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조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이어도 기지는 해양경찰의 수색 및 구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기지의 무인 등대는 연간 25만척의 선박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서 다이빙팀이 다음날 부터 예정된 수중작업을 위해 고무보트를 점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어도의 미래가치에 중국 일본은 ´군침´
이어도의 중요성과 미래가치는 숫자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당장 연구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징적인 값어치는 더욱 크다”는 게 이어도 기지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어도 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중국 경비정이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매일 생산해내는 해양연구자료가 아닌 이어도가 갖는 국방, 영토, 자원 등의 미래가치였다. 일본의 순시선과 정찰기도 같은 이유로 기지 주변을 수시로 돌고 있다.
이어도는 우리나라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에 가장 앞서 있다. 이어도가 관할할 수 있는 해양영토의 규모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십배에 달할 수 있다.
이어도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있어 이어도 해역을 거쳐 한반도에 북상하는 태풍이 전체의 40%를 넘고, 이들 태풍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예보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은 천문학적이다.
여기에 이어도 항로는 한국의 해양인프라의 ‘비단길’이다. 이어도 항로를 통해 이동하는 우리나라 전략물자는 원유의 경우 99.8%, 곡물 및 원자재의 경우 100%에 달한다.
이어도는 갈치, 도미, 장어, 병어 등 어류의 중요 서식처이자 이들이 겨울을 지내는 해역이다. 고등어, 삼치, 오징어, 꽃게, 우럭, 돔 등의 어종도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에선 이어도 주변 해역이 “남해 최고의 황금어장”으로 통한다.
최근 무분별한 남획과 오염 등으로 인해 서해의 어족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도 인근 어장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어도를 기점으로 태평양으로 원양어업을 발전시키는 등 어업전진기지로 가치가 크다.
지하자원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어도 주변 해역은 한국이 설정한 ‘제4광구’에 속하며 천연가스와 원유부존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이어도 넘보는데 제주 해군기지엔 반대 시위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영토분쟁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미 이어도 기지를 건설할 때부터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데일리안>이 이어도 기지에 머문 취재기간 동안에도 붉은 오성기를 펄럭이는 중국 해경 감시선이 수시로 이어도 주변을 맴돌았다. 지난해엔 이어도 기지에 식량이 떨어져 연구원들이 ‘생존을 위해’ 낚싯대를 내리자 “왜 우리 해역에서 어업을 하냐”며 생트집을 잡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역시 이어도 주변에 정찰기를 띄우는 등 도발을 감행했다. 이어도 기지 사람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기지 위를 지나다닌다”고 했다.
이들 역시 이어도의 미래-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연구목적 보단 해상무역과 군사적 활용에 무게를 뒀다. 이에 우리도 중국이 이어도 기지를 기습 점거하는 사태를 시나리오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어도 방어는 유사시 우리 군함을 중국보다 빨리 투입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중국은 상하이 옆 서산다오에 해군기지를 지어 이어도 도착시간을 13시간으로 줄였다. 불과 287km 떨어진 거리다.
반면 부산에 주둔한 우리 해군이 이어도까지 가려면 20시간이 넘게 걸린다. 때문에 제주도 남단에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 해양주권을 수호할 보루인 것. 중국은 언제든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이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중국에 주권 침해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야할 상황이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야할 자리에선 시위대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우리가 이어도를 발판으로 태평양을 향해 우리의 영토와 해양활동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어도는 태평양시대의 교두보이자 해양영토확장의 시발점이다. ‘해양영토의 확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첫 걸음 앞에 이어도가 놓여있다.[이어도 해양기지 = 특별취재반 이충재 기자/박항구 사진기자]
2011/10/15-데일리안-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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