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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바다 영토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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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76회 작성일 11-07-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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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가는 길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 1기’ 수강생 제주도 답사
            복잡해진 동아시아 바다상황…해양주권 각축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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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답사에 나선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 수강생들의 모습. 한겨레교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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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제주도를 때리고 지나갔다. 태풍 때문에 모두 이번 행사가 무산될 것이라 예견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아주 느긋하게 서울에서 날아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이 약할 것이란 정보를 이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받아두었던 때문이다. 태풍 예상 진로와 강도를 1시간 전에라도 알아차린다면, 피해는 결정적으로 준다. 마라도 서남쪽 149㎞ 지점의 이어도 기지가 그 구실을 한다. 태풍 40%의 통과 길목이자 8~12시간 전에 본토 상륙을 예고하는 결정적인 위치 때문이다.

            이어도는 제주민의 오랜 염원이 담긴 이상향이다. ‘이어도토피아’의 상징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양계의 염원을 모아 이어도 해양종합과학기지가 우뚝 섰고, 이어도연구회도 그 태동을 알렸다. 신화적 메타포와 과학적 실체가 하나로 만나 역사가 되고 미래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어도연구회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힘을 합쳤다. 대학생과 일반인이 ‘해양주권의식 함양을 위한 이어도 해양아카데미’에 동참했다.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이 서울에서 최초로 열린 것이다. 전공과 직업, 취향이 남다른 사람들이지만 해양전문가들 특강에 열띤 반응을 드러냈다. 열기는 바로 제주도로 이어졌다. 이어도와 제주도를 이해하는 강좌(6월24일)와 답사(27~29일)로 빡빡한 일정이 짜였다.

            동아시아 바다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일 동맹의 중국 포위망이 북서태평양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은 해양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설정했다. 충돌은 필연적이다.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분쟁은 말할 것도 없고 난사군도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각축이다. 한-중 간 해양 경계에도 예상되는 변수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해저유전이나 가스가 나왔을 때 큰 갈등이 예상된다. 해양영토 문제는 누구라도 준비해야 할 국가적 의제다. 그래서 이어도연구회는 제주도와 서울에 진지를 차리고 조용히 이 중차대한 일을 떠맡아왔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보듯 바다를 둘러싼 남북한·중국·미국·일본·러시아의 역학관계가 미묘하다. 동해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나진에 본격 진출했다. 한겨레평화연구소의 8월 행사 슬로건인 ‘동해에서 바이칼까지’처럼 동해도 복잡해지고 있다. 반면에 이어도 해양영토에 관한 연구와 대중적 전략은 일천한 단계이며, 국민 대다수는 이어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번 미래해양전문가 리더십과정에는 필자와 홍승용(전 인하대 총장), 김영구(려해연구소장), 김병렬(국방대학원), 제주대 송성대·이병걸 교수가 특강에 동참했다. 해양리더 육성은 기초체력 연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해양 문제의 관건 가운데 하나로 섬의 이해가 중요하다. 참가자들은 제주도의 바람과 화산, 곶자왈과 물, 표류, 돌담, 돌챙이, 잠녀, 신, 탐라와 몽골, 귤, 우영밭, 테우리, 해금과 유배, 장두를 찾아 나섰다. 제주도와 이어도의 디엔에이(DNA)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다.

            화산섬 생태를 알기 위한 1100고지 람사르습지 탐방, 생명의 바다가 숨쉬는 섶섬과 범섬, 문섬을 바라보는 새섬올레, 고대 대항해 흔적인 서복기념관, 해안 지질과 선사의 흔적인 사계리 인간발자국화석, 화산 증거물인 산방산과 비양도, 바다를 지키는 전통 등대 도대불, 제주신화의 본향인 혼인지, 제주문화의 아이콘인 해녀의 역사와 삶이 모인 해녀박물관, 제주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동문시장의 좁은 골목길 등을 누볐다. 짧지만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을 밟아나가면서 제주도를 알아 나갔다.

            제주도를 한반도에 딸린 부속도서로 보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면, 역사와 미래를 보는 눈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플로리다와 미네소타 대학에 유학중인 대학원생들도 기꺼이 달려왔다. 한 학생은 입대를 며칠 앞두고 있었지만 기꺼이 해양영토 지킴이를 자청하며 달려왔다. 해양학, 지리학, 관광학, 사진학, 건축학 등 전공은 각기 달랐지만 전혀 몰랐던 이어도에 쏟는 애정은 모두 남달랐다.

            수료식은 아주 특별히 옛 일본군 알뜨르비행장에서 열렸다. 700㎞ 떨어진 중국 난징으로 출격했으며, 가미카제 조종사를 훈련시키던 곳이다. 박경훈 화백의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에 전시됐던 비행기 앞에서 수료증을 받아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경술국치 100년을 기리는 이 비행기에는 친일분자들의 초상이 동판으로 실려 있었다. 친일분자들이 태평양으로 날아가는 과거 회귀를 꿈꾸는 동안 참가자들은 북서태평양으로 나가는 미래의 태평양을 다짐했다.

            제주 행사가 마무리된 지난 6월29일 저녁 같은 시간대에 서울에서는 ‘동아시아 바다와 평화’ 국제심포지엄 전야제가 열렸다. 하와이대학의 반 다이크, 베트남외교대학의 트란 트렁 큐이, 그리고 싱가포르와 대만 등 중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에서 대거 참석했다. ‘동중국해의 해양계분쟁 : 이어도’란 부제가 시사하듯 오늘의 동아시아 바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임주빈 국립해양조사원장과 백진현 유엔해양재판관이 참석하고 각국 대사관의 관계자들이 모인 것은 이어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예민한 관심을 의미한다. 이제 비로소 이어도 해양영토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그간 독도 문제에만 온통 신경을 쓴 것에서 아주 조용히 외롭게 준비해온 남방 해양영토를 향한 비전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는 9일에는 다시 중·고교 교사들이 제2기 교육을 받고 19~21일에 제주도를 찾는다. 이들에게 교육받은 중·고등학생들이 미래세대로서 바다와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전 제주대 총장)은 “아무도 몰랐거나 등한시하는 남방의 거대한 해양영토,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그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사람의 무게와 신뢰감이 실려온다. 아카데미 실무를 총괄한 해양문화학자 이기복 박사는 “비록 2기에 불과한 미약한 단계지만, 수년 안으로 장대한 해양영토 리더들의 굳건한 연대가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는 언제나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답사에 동행한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고정훈 과장은 “이번 이어도 특강을 계기로 해양영토라는 국가적 의제, 젊은이들이 등한시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만날 준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무거운 과제를 가볍게 풀어내고, 가벼운 농담을 무거운 담론으로 만들어내는 게 젊음의 힘일 것이다. 조만간 수백명, 수천명으로 해양영토 지킴이들이 늘 것을 기대해본다.

            독도 문제는 알지만, 이어도 해양영토의 엄중한 현실과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바닷길을 개척해가는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바다를 등한시해온 우리의 서글픈 역사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 최종 목적은 첫째도 평화이고 마지막도 평화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내륙지향적 지역싸움, 선거싸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바다같이 미래를 대비하는 일에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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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는 어디에 있나 \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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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최남단 해양 요충지 \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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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도 위치

            이어도는 제주도민의 전설에 나오는 환상의 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서 가장 얕은 곳은 해수면 아래 약 4.6m이며, 수심 40m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북으로 약 600m, 동서로 약 750m에 이른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남쪽과 동쪽은 급경사를, 북쪽과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제주도 남쪽 마라도에서 149㎞ 떨어져 있다. 중국 위산다오에서 287㎞, 일본 도리시마에서는 276㎞ 거리에 있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인 소코트라(socotra)호가 처음 발견했다. 선박의 이름을 따서 국제적으로는 ‘소코트라 암초’라고 불렸다. 1938년 일본은 해저전선 중계시설과 등대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면서 무산됐다. 1951년 국토규명사업을 벌이던 한국산악회와 해군이 이어도 공동탐사에 나섰으며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 표지를 수면 아래 암초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1987년에는 해운항만청이 이어도 최초의 구조물인 등부표(선박 항해에 위험한 곳을 알리는 항로표지 부표)를 설치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이어도 인근 수역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으로 항해하는 주항로가 인근을 통과하는 등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해양연구, 기상관측, 어업활동 등 이어도 과학기지 설치를 위해 1995년부터 현장조사를 실시해왔다. 2003년 6월에는 이어도 정봉(암초 꼭대기)에서 남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다.

            2001년 6월30일 정식으로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에서 섬 유역이 한국과 중국 어선이 공동으로 조업하는 한·중 중립지대로 설정되어 논란이 일었다. 이어도가 위치한 해역은 우리나라에 훨씬 가까워 앞으로 주변국들과 배타적 경제수역(EEZ) 확정을 두고 분쟁이 예상된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2011/7/4-한겨레-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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