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 10. 29>, [피플] 이어도 지키다 이어도로 떠난 김시중 전 과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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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이어도 지키다 이어도로 떠난 김시중 전 과기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2017.10.29 17:37
이어도 프로젝트의 산 증인
과학로켓·스마트원자로 주춧돌 놔
과학자 위해서 물불 안 가려
그는 1993년 2월부터 1년 10개월 동안 14대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조선의 어부 안용복 씨가 독도를 수호했듯이, 한국의 장관 김시중 회장은 이어도를 지켰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떨어진 수중 암초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를 찾아갔지만 “나라 영토 넓힐 생각 말고 과학기술 행정이나 잘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덕분에 어렵게 자금을 확보했지만, 삼성그룹과 김영삼 정부 관계가 악화하면서 프로젝트는 멈춰버렸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를 위한 집념은 멈추지 않았다. 2002년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하자 김시중 회장은 김호식 당시 해수부 장관실을 박차고 들어갔다. 해양 주권에서 이어도 과학기지의 역할을 강조했다. 10년 만에 이어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가 들어섰다. 한국과 중국의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관할권 논란에서 과학기지는 한국 해양 관할권의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됐다.
최근 한국이 성과를 낸 과학기술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가 자리한다.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스마트원자로는 김시중 장관의 집념을 응축했다. 장관 시절 소련이 붕괴하자, 그는 신재인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에게 소련 핵잠수함용 원자로 기술 확보를 지시했다. 스마트원자로 개발의 토대가 된 장면이다.
긴 세월 동안 늘 거기 있는 섬처럼, 그는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항상 과학기술계에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과학기술포럼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국민원로회의 위원 등. 그는 여기서 정부가 과학기술인을 제대로 대우하는지 늘 감시했다.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과총 대통령후보초청토론회)”고 누누이 강조했다.
빈소는 그가 1955년부터 1997년까지 42년6개월 동안 몸담았던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했다. 그는 고려대 개교 이래 최장기 교원이다. 31일 오전 6시 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영에 묻히지만, 그의 업적은 천리 남쪽 바다에서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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