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14년 5월 19일>[시론] 남중국해 분쟁, 서해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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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인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 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는 이어도 주변 수역을 포함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번 분쟁은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약 99%가 관통하는 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다.
분쟁은 중국이 지난 3일 자원시추 플랫폼을 중심으로 1해리 지역을 설정해 선박진입을 금지하는 항행경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中 역량점검·전략수립 떠보기 작전
이 지역은 중국이 점유한 시샤제도 중젠도에서 남쪽으로 17해리, 베트남 연안에서 약 120해리에 위치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행위가 자국의 영유권과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지난해 10월 리커창 총리의 베트남 방문 때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의 반중 감정은 더욱 깊다. 베트남의 방해가 시작되자 중국은 5일 선박진입 금지구역을 3해리로 확대하는 항행경고 조치를 취했다.
이번 분쟁은 양국 간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행동이 자원개발 문제로 국한돼 해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남중국해 문제의 해법과 향후 전략 수립을 위한 공세적 조치의 첫번째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5일 후에 전격적으로 개시됐다는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이번 분쟁을 중국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식수성 시풍향 멱대책(識水性 試風向 覓對策·바다에 대한 기술적 역량을 이해하고 주변국의 동향을 살피며 대책을 모색한다)' 조치로 평가한다. 시추지점과 주변국 반응, 시설물 안전, 군사력 충돌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역량과 전략수립을 점검하려는 의도가 함축돼 있다는 의미다.
동북아 해양분쟁은 여기에서 멈출 것 같지 않다. 동북아 지역해에서 확고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을 고려하면 다음 분쟁은 동중국해와 이어도를 포함한 서해로 확대될 여지가 농후하다. 동중국해와 이어도를 포함한 서해는 중국에 남중국해와 동등한 군사안보적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해양갈등에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정치적인 기조로 대응해왔다. 이는 사안의 본질적 해결보다 대국민 정서 연소 외에는 대안 없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는 해양과학 기술을 통한 해양의 이해와 활용가치 평가(識水性)가 접목돼야 한다.
과학적이고 긴밀한 대응책 마련을
해역의 특성에 따른 국방안보, 해상교통, 자원관리, 해양치안과 법 집행 능력의 효율적 제고를 통한 해양의 이용과 전략 수립(覓對策)이 그다음이다.
우리 기억에 최소한 중국은 이어도와 서해 그리고 동중국해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시풍향'을 해왔다. 이를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바다는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움직이지만 방향은 여전히 우리의 의지를 반영한다. 즉 바다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의지에 관한 것이 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를 '우리 것'으로 관리하는 전제다.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은 관망의 대상이 아니다. 조만간 이어도, 그리고 서해 앞바다에서 전개될 또 다른 폭풍우다. 바다에 과학을 심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알지 못하는데 무엇을 관리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식수성'하고 '멱대책'할 때다.
권문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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