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월 15일자>이어도 반드시 한국 수역 안에 포함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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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반드시 한국 수역 안에 포함시켜야
지난해 12월 22일 제1차 한·중 해양경계 획정협상이 서울에서 열렸다.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의 바다 경계선을 확정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신호탄이다. 서해 바다를 사이에 둔 한·중이 아직까지 해양경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는 그동안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 숱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돼 왔다. 앞으로 중국과 해양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우리 정부가 어떠한 자세와 전략으로 해양경계 획정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국제해양법 전문가인 이창위(58)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채인택의 직격 인터뷰] 국제해양법 전문가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 지난해 12월 22일 한·중 해양경계 문제에 대한 첫 공식 협상이 서울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경과는 어떻게 되나.
“한·중 양국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대략 14차례에 걸쳐 해양 관련 현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해양경계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못했다. 경계를 획정하는 데 기본적인 출발선과 원칙 등에서 입장이 서로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의 서해 불법조업 문제가 심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때문이다. 2014년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 문제를 놔두고는 한·중의 우호적 관계는 힘들다’고 해 지난해 12월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식적이고,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해양경계 협상이 한·중 사이에 벌어질 예정이다.”
- 이전에 14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담과 이번 회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어업 문제와 해양 환경 문제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이었다. 지금부터는 해양경계 획정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협상이다. 바다의 국경을 확정하는 아주 중요한 협상이다.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양경계 문제는 육상에서의 국경만큼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해양의 주권·해양과학조사관할권·해양안보를 다 포함해 연안국끼리의 경합을 조정하는 선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도 ‘불가역적’ ‘최종적’이라는 단어가 언급됐고, 북한 핵에 대해서도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해양경계 문제에도 불가역적인 성격이 있다. 해양경계는 육상과 마찬가지로 한 번 획정되면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그 나라가 분리·독립하거나 통일·합병·병합이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이는 국제법상의 중요한 원칙이다. 해양경계는 우리가 통일이 된 뒤에도 불가역적으로 유지되는 선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상은 더욱 중요하다.”
- 대한민국이 주변국과 지금까지 합의한 해양경계에는 어떤 게 있나.
“북한과는 정식 국가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만 두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는 해양경계적 성격을 가진 선이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성격을 부인한다. 일본과는 독도 문제가 있어 동해에서 실질적인 해안경계선을 획정 짓기가 힘들다. 일본과는 74년과 78년에 이른바 대륙붕협정을 체결했다. 따지고 보면 일본과의 대륙붕협정이 유일한 해양경계인데, 그것은 포괄적인 경계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중국과의 해양경계 협상이 아주 중요하다.”
-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다. 3면이 바다인 한국은 주변국과의 해양경계 획정에서 유리한 입장인가 아니면 불리한가.
“오히려 불리하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서쪽으로 중국이 있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일본이 있으며 북쪽으로는 북한이 있다. 상대국과의 경합 때문에 해양 주권이나 해양관할권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관련 인재를 양성하고 협상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하는 이유다.”
-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에서는 해양굴기(海洋?起)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해양 중시·강조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역사를 보면 중국의 입장을 대략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륙국이었던 중국은 명나라 이후 쇄국정책을 취했다. 이후 근대화 실패를 겪으면서 서구 열강으로부터 해양을 통해 침략당했고, 일본과의 청일전쟁에서도 패배하게 됐다. 중국의 해양 역사는 어떻게 보면 치욕의 역사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해양 강대국의 자유로운 해양 이용을 반대하는 연안국의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다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화평굴기(和平?起)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통해 군사대국과 경제대국이 되자, 이제는 해양을 이용해 세계로 뻗어나가 자국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어 미국·베트남·필리핀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제 해양질서 내지 해양법상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이 현행 국제 해양질서나 국제 해양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74년 베트남과의 전쟁을 통해 시사군도를 무력으로 점거한 이후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난사군도를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2년 동안 중국이 대략 7개의 섬과 간조노출지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간조노출지는 썰물 시에는 수면 위로 보이지만 밀물 시에는 바다로 가라앉는 곳을 말한다. 한국의 오륙도와 같은 곳이다. 그런 7개의 지형에 인공섬을 설치하고 자국의 이른 바 ‘핵심 이익’이라며 다른 국가들의 자유로운 항해를 반대하니까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남중국해를 통해 교역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번 해양경계 협상은 어떻게 보면 국제 해양질서 내지 국제 해양법의 준수를 거부하는 중국과의 협상인 만큼 한국 정부의 입장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협상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가.
“2016년부터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공식협상·실무협상·전문위원회협상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지는 협상이 될 것 같다. 공식적인 협상으로 차관급 1회, 실무협상으로 국장급 2회, 그리고 각 전문위원회 협상이 열릴 것이다. 지금은 어떤 전문위원회로 정의할 것인지, 가령 법률위원회인지, 지도·지리 위원회인지 이런 것들이 한·중 양국 사이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 구체적인 해양경계 협상의 핵심은 무엇인가.
“중요한 질문이다. 해양경계 협상은 단순히 선을 긋는 게 아니다. ▶선을 긋기 위한 출발선 ▶어디에서 어디까지 그을지의 대상 수역 ▶어떤 원칙을 가지고 선을 그을지의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출발선으로서는 한국과 중국 모두 연안선이나 직선기선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직선기선은 국제법적으로 보면 일탈한 측면이 있다. 직선기선은 연안선의 굴곡이 심하거나 섬이 있는 곳에서 적당한 지점을 직선으로 연결해 영해를 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서해는 국제법적 기준에 맞지만 중국은 맞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섬들은 인정받되 중국의 직선기선은 거부하는 어려운 협상을 해야 한다. 해양경계의 대상 수역의 경우에는 2000년 한·중 양국이 어업협정을 체결해 이른바 잠정수역을 두었다. 잠정수역의 최북단과 최남단이 대략 37도에서 32도 사이다. 그래서 이어도 수역이 잠정수역에 들어가지 못해 중국이 끊임없이 한국의 이어도 과학기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 수역의 경계선을 더욱 남쪽으로 내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협상을 통해 이어도를 반드시 한국 수역에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해양경계 획정의 원칙에는 중간선 원칙과 형평의 두 가지 원칙이 대립하고 있다. 형평의 원칙은 중국이 주장하는 인구라든지 해안선의 길이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를 조정해서 정한다는 것이다. 중간선의 원칙은 양측 사이에 중간선을 경계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해에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연안 거리가 400해리가 안 된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더욱 설득력이 있고 더욱 타당성이 있다.”
- 양국 간 연안 거리가 400해리를 넘고 넘지 않고는 어떤 차이가 있나.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범위는 전 세계 국가들이 200해리로 합의해 적용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모든 국제 판례는 거리가 400해리 이내일 경우에는 중간선을 해양경계선으로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서해의 3분의 2는 황허나 양쯔강 쪽에서 퇴적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쪽으로 선을 긋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국제 판례와 국가 관행에 비추어볼 때 설득력이 없다.”
- 중국 주장이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말인가.
“아주 오래전에는 그런 주장을 펴는 나라도 있었다. 69년 북해에서 독일과 덴마크 사이의 북해 대륙붕 경계에 대한 협정이 있었다. 그때는 독일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퇴적물을 중시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륙붕협정이었고 이번에는 EEZ와 대륙붕을 포함하는 단일 경계 협정이다. 게다가 양측의 해안 사이의 거리가 400해리가 안 되기 때문에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상 맞지 않다.”
- 실질적인 협상으로 들어가면 어업 문제를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중국의 입장과 한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국제법적인 기준이나 판례, 전 세계의 관행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실 중국도 이런 문제를 알지만 산둥(山東)성 어민들의 불법 어업 때문에 형평의 원칙이나 대륙붕 육지의 연장과 같은 주장을 하는 거다. 어업 문제를 중국이 계속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안경계를 설정하더라도 어업이 인정되는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이다. 국제 판례를 보면 주로 원주민이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때만 일부 고려된다. 중국의 산둥성 어민은 경제적 약자가 아니다. 이런 걸 한국이 고려해서 중간선을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해양법을 무시하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한국의 정당한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중국은 강대국이고 국제 해양법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어려울 것이다. 국제법적인 원칙이나 판례, 관행을 중국이 지키는 것이 중국의 국가적 위상 측면에서 볼 때도 맞는다는 사실과, 중국이 진정한 해양 강대국이 되려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끈기 있게 설명해야 한다. 협상이 장기화되면 중국을 국제재판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국제재판은 양측의 합의를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의 국제재판 회부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만일 양측 외교부 대표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이 한·중 현안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고 전략을 세운 뒤 중국의 고위층, 즉 상무위원급 이상의 인물을 설득해야 한다. 외교부 대표 간 협상으로는 앞으로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 한국은 어떤 해양 정책을 펼쳐야 할까. 21세기의 해양질서를 고려한 향후 전망은 무엇인가.
“한국은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해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업·해운·기타 해양 개발 부분에 있어서 세계 5대 해양 강국에 들어갈 정도로 해양 부문이 발전해 있다. 그 반면, 얼마 전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듯 해양 문제에 대한 법규와 원칙을 소홀히 하는 후진성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21세기 해양은 과거의 맹목적인 해양 개발의 시대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개발과 이용의 해양이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보존과 관리의 해양이 돼야 한다. 원양 어업이나 조선·해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1등 국가가 되더라도 새로운 21세기 패러다임에 맞는 해양 전략을 세워야 진정한 해양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채인택 논설위원
사진=박종근 기자
이창위 교수는 …
58세. 서울시립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해양법학회 회장과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국제해양법 전문가다. 고려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慶應大)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부·해양수산부·인사혁신처의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국제법, 해양법 및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 『일본제국흥망사』 『국제해양법판례연구』 『동북아지역의 영유권분쟁과 한국의 대응전략』 등의 저서가 있다.
주요 해양경계 관련 용어
◆영해(領海·territorial sea)=연안국의 해안에 인접한 바다로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는 일정한 범위의 바다.
◆배타적 경제수역(EEZ·Exclusive Economic Zone)=영해 기선(基線·출발선)으로부터 200해리 안에서 연안국의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수역.
◆직선기선(直線基線·straight base line)=영해의 폭을 측정하는 직선으로 된 출발선.
[출처: 중앙일보] 이어도 반드시 한국 수역 안에 포함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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