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사랑 시(詩)공모전, 심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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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사랑 시(詩)공모전, 심사결과>
1.대상 : 이어도 행, 열차를 꿈꾸다(김남권)
2.금상 : 꿈이어도, 이어도(임희선)
3.은상 : 내 사랑 이어도(김혜천)
4.동상 : 내 손 위에 이어도(이만영)
(심사평: 김필영 심사위원장)
주최 측의 공모요강에 명시된 심사기준을 유념하며 4인의 심사위원 각자 25편의 시를 정독하였다. 주최 측의 공모 취지에 따라 이어도 사랑을 승화시킬 수 있는 창의성과 시적 예술성과‘이어도’의 실체에 대한 대중홍보성 등 종합적 평점기준에 포괄적으로 충족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본심에 올라온 26편의 시편들의 공통적 경향은 ‘이어도’에 대한 이미 잘 알려진 지식을 열거하거나, 전설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거나, 축시 형태의 예찬으로 자아도취의 범주에 머문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이어도’라는 실체와 시의 예술성과 홍보성에 부합되는 묘사로 공모 취지가 나름대로 반영된 7편의 작품 중에서 최종 심사대상에 올라온 4편의 시는 작품성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어도’라는 주제를 조명함에 있어 발상의 신선함과 독자의 관심을 ‘이어도’라는 주체로 좀 더 이끌 수 있는 힘이 어떤 작품인가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어도 행, 열차를 꿈꾸다(김남권)”는 바다의 영역을 초월하여 이어도와 한반도의 지형적 연결을 뛰어넘어 바다열차, 이어도역, 기관사 등 초월적 발상이 신선했으며, 세밀한 묘사로 시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함께 응모한 “이어도에서 온 편지”도 세련된 문장으로 사랑과 이어도를 연결시키는 시작법이 눈길을 끌었다. “꿈이어도, 이어도”와 “이어도, 그 명멸(明滅)하는”(임희선)은 두 편 모두 ‘이어도’라는 주제를 시적표현으로 변환시키는 기교가 돋보이는 고른 수준의 작품으로 마지막까지 심사자를 고심케 했으나 이어도의 현재의 실체성과 미래상을 드러내는 면에서 아쉬웠다. “내 사랑 이어도(김혜천)는 많지 않은 시조풍 응모 시편들 중에 이어도의 실체와 전설과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 등 공모방향이 포괄적으로 반영된 구성이 돋보였으나 행간에 표현된 시어선택이 전통적 표현에 머문 점이 아쉬웠다. “내 손 위에 이어도(이만영)는 이어도에 대한 내면적 이해에 깊고 아름다운 묘사와 이어도를 ‘이어지다’로 조명한 재치가 돋보였으나 이어도의 실체와 미래상을 조명하고 제시하는 면이 크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공모에 뽑히지 못했지만 많은 작품들을 응모해주신 시편들에서 이어도를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음을 밝힌다. 다음 기회에 공모 취지를 깊이 사유하여 다시 응모하기를 권면해 드린다.
심사를 하며 새삼 깨닫게 된 것은 한국인이라면 이어도에 대하여 마땅히 관심을 갖아야 하며, 한국의 시인이라면 더욱 이어도에 대해 관심을 갖아야겠다는 각성이다. 차기에는 더 많은 작품을 응모할 수 있도록 홍보하여 대한민국의 이어도를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 심사 : <마경덕(시인), 문정영(시인), 강병철(시인), 김필영(시인/문학평론가)>
* 대상
이어도 행, 열차를 꿈꾸다
김남권
지구의 동쪽, 새벽이 처음 열릴 때
바다열차가 출발한다
지축 위에 반짝이는 북극성처럼
가슴속에 반짝이는 섬, 이어도 행 열차가
한반도 중심 정남진에서
남해의 붉은 일출을 맞는다
뭇 섬들을 애무하며 지치지 않는 열차는
추자도, 여서도, 거문도 물갈기를 이끌고
천년 포구 제주항에 다다른다
한라산을 오르며 기적을 울리던 열차가
서귀포를 거쳐 용머리해안을 지날 때
백록의 분화구에서 손을 흔드는 북극성
억만년 마라도의 뿌리에 닿아 있는
이어도를 향해 자줏빛 바다를 가른다
파도의 울음을 들으며 당도한 삼백칠십 리,
모든 육지, 어느 곳에서보다 가까운
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섬이 보인다
온몸으로‘이어도사나’를 부르는 손짓
건곤감리도 선명한 태극 깃발이 나부낀다
동경 125도, 북위 32도에 네 다리를 딛고
하늘과 수평으로 태평양을 향해 펼쳐진
바다열차의 종점이 기다린다
대한민국 이정표의 최남단 이어도역이다
서울역을 출발하여
이어도역을 향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바다열차의 첫 기관사는 제주비바리다.
* 금상
꿈이어도, 이어도
임희선
해풍 짙어지는 날은 구름 지나가도
긴긴날 파도의 말을 외지 못하겠네
조리개를 꽉 조여도 이음새 풀리는 자리
그리운 날이면 파랑을 밟으며 찾아가는 곳
굳은 자리 없어 말랑한 화석이 되어간 임
하늘을 계량하는 하현달은
그어진 선에 그림자 덧그어 젖은 머리를 터네
이어도,
달빛에 생긴 옹이는 오래 일렁이고
감출 수 없어 내보이는 파도의 비문소리
이여, 이어도 사나, 숭숭 뚫린 수평자리
사이사이 듣는 자, 소리소리 보는 자
행간의 의미를 차단해버리는 비의(悲意)
아무도 알지 못했던 혀를 가진 바다
포말을 베고 누운 섬을 어루만지네
행렬이 눈을 찌른다
풍경은 어디든 갈 곳이 있고
퍼 올려 퍼 올려도 풀어, 풀 수 없는
한반도뿌리에 네 발 딛고선 맹수처럼
폭풍우 마시며 대양을 향해 포효하는 섬,
제주인의 꿈들이 잠긴 포자 하나
파도를 재우는 물살의 경계를 지나
새들 이소하는 바람이 익어 제주로 불어오네.
* 은상
내 사랑 이어도
김혜천
1
천지는 개벽하고 수중 분만하였다
퉁따오에서 198 마라도에서 147
빙하기 그 쩍에는 걸어서 닿았다
자식은 부모 버려도
자식 버리는 부모는 없다
핏덩이 팽개치고 무슨 팔자 펴보려고
내 자식 아니라 도장을 찍나
훗날후세 전설에 남을 할망아
뱃속 궤양 터지고 천공 뚫려도
끝내 지키리라 내 새끼
끝내 만나리라 내 막둥
2
영등신 널뛰면 허벅지 내미는 이어초
고향집 연기에서 이밥 냄새가 나네
그리움 쪽빛임을 내 이제 알았거늘
삶의 파고 높을 때는 배 한 척을 뛰우리
바람이 뺨 때리고 머리채 휘어 감아도
족보에도 못 올린 널 찾아 헤맨다
파도에 떠 살다 널 찾는 그날
수중 낙원 그 뜨락에 고래화상 모셔 놓고
물새보살 모셔놓고 달빛 차회 열리라
유토피아 이어도 이어도 사나
유토피아 이어도 이어도 사나
* 동상
내 손 위에 이어도
이만영
이어진다
손가락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즐겁게 출렁이며 이어지는 이어도
지금, 손바닥을 펴고 이어도를 짚어본다.
간밤 꿈속에서
홀연히 떠올라 솟구치는 고래처럼
사방 물보라로 벽을 만들고
바닥은 파도를 잠재우는 물방울을 그려 넣고
뾰족한 섬 하나에
구름 같은 나를 홀로 채우면
이어도는
잠들지 않는 투명한 전설이 된다.
천정 속 풍향계는 흩어지지 않는다.
감아도 감아도 깊어지는 눈빛의 안과 밖
이어도는 포근한 눈빛으로 이루어진 내 안방의
구조와 같다
내 손바닥에서 어머니 눈빛으로 이어지는
모든 파도 같은 창문들
영원에서 영혼으로 이어지는 그 자리에
오직 이어도로 태어나기 위해
단단히 직립한다.
솟아오른다.
그 깊이로 용오름친다.
이마와 눈빛과 태양 사이로 파르르 눈썹을 떤다
어머니는
늘 머리맡에 파도 한 그릇 준비해두셨지
이어도는
끝없이, 이어지며, 이어지고,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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